2003년 올해의 명차수상소감 > 연중행사_명차 품평대회

본문 바로가기


    연중행사    올해의 명차품평대회

올해의 명차품평대회

2003년 올해의 명차수상소감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국차인연합회 작성일14-06-24 17:13 조회1,982회 댓글0건

본문

2003년 올해의 명차 수상 소감 / 발효차 부문 고려제다 ‘응조’

선친께 영광을 돌립니다.

- 이 글은 지난 5월 25일 경희궁에서 거행된 (사)한국차인연합회에서 주관한 제 23회 차의 날 기념
‘국제 차 문화 큰 잔치’에서 저희 고려다원에서 만든 ‘고려작설 응조’가 2003년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에 대한 감사의 글입니다.

먼저 이런 과분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사)한국차인연합회 분들과 행사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일찍이 20여 년 전에 차나무를 심어 가꾸고 차 덖음 솥을 부뚜막에 처음 걸었던 선친께 이 영광을 고스란히 돌립니다. 그리고 제가 떠나있는 동안 고려다원을 굳건히 지켜낸, 지금 차 농사를 함께 짓는, 아우 구에 견주어 저는 한 일이 그리 없습니다.

좋은 차 잎을 길러준 지리산과 섬진강에 절 올리고, 며느리만 내보낸다는 봄볕 아래에서 가파른 산기슭을 오르내리며 한 잎씩 차 잎을 따서 모아준 아지매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어머니!
드센 아들놈들 땜에 속 많이 상하셨지요?
사이좋게 차 잘 만들고, 뜻 모아 잘 모시겠습니다.

‘고려작설 응조’ 만들기
‘고려작설 응조’는 경(輕)발효 청차입니다. 비슷한 중국차를 굳이 들어보자면, ‘문산포종’과 ‘고산오룡’ 정도일 것입니다. 경발효 청차의 특징적 향미는 ‘경쾌한 꽃내음인 청화향(靑花香)과 상쾌한 단맛인 쾌감미(快甘味)’입니다.
우리 차 잎은 무이산이나 아리산에서 나는 차 잎과는 판이(判異)하여, 청차(靑茶)의 청향(靑香)을 내려면 각별한 주의와 세심한 정성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제가 지난 5년여 동안 가다듬은 ‘응조’의 만드는 법 가운데 핵심을 간추린 것입니다.

-청차를 만드는 차 잎은 성상이 두텁고 성분이 충실하여 굳센 기운과 짙은 향미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서남향의 배수가 잘 되는 산비탈의 땅에서 난 차 잎이라야 합니다. 평지의 황토밭이나 동북향이거나 응달에서 난 차 잎은 맞지 않습니다. 과도한 시비(施肥)를 한 차 잎은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청차 조다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솥에서 익히기 전에 차 잎을 잘 숨죽이는 데 있습니다. ‘차 잎의 숨죽이기’는 햇볕쬐기, 바람쐬기, 흔들기, 부비기 등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합니다.

-숨죽이기를 마친 차 잎은 솥에서 덖어 익히는데, 이 때 솥의 열도는 녹차에 비하여 낮아야 합니다. 이는 숨죽이기 동안에 생엽의 수분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차 잎은 중국의 그것과는 성품이 다릅니다. 때문에 중국의 발효차 제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차를 만들면 단맛만 진하게 나는 강하게 발효된 차가 되기 십상입니다. 더더구나 아랫목에다 차 잎을 봉지에 넣은 채 두거나 천 등으로 덮어서 띄우면, 쇠 냄새와 뜬 냄새 등의 역겨운 이상(異常) 발효향미를 가진 차가 됩니다. 상세한 설명은 다음으로 미룹니다.

중국차의 수입개방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모름지기 우리 차 잎의 성품에 어울리고 우리의 입맛에 알맞은 발효차를 만들려면, 육종과 재배기술의 개선에서부터 조다법의 개발까지 우리 모두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계미만춘 지리산 화개동 www.hadongtea.com)에서 하 서룡(dragon@hadongtea.com) 배상

·
2003년 올해의 명차 수상 소감 / 녹차 부문 ‘다향천리 우전’

법제(法製)의 묘(妙)를 느끼며

이쌍용 다향천리, 미광상사 대표

쌍계사 조실 스님이신 고산 큰스님께서 “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라, 그리고 차를 만들어라.” 시던 이 단순한 진리를 한 순간도 외면하려 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깊은 식별의 의지를 가로막고 있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알아채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해서일까? 차를 법제하려고 불을 붙일 때마다 긴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큰 스님의 말씀을 되새며 차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전하려는 큰 스님의 설법을 받들며 법제에 임한다.

차의 법제는 불완전에서 완전함으로 나아가는 진보의 과정이다. 싱싱한 차엽을 가지고 화기(火氣)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기다림과 순간순간 부딪히는 조율 속에 차의 본성에 어긋나지 않게 접근하려는 집중의 연속이다.

차의 색, 향, 미를 올곧게 침출할 수 있는 완전한 법제는 차를 만드는 자의 의무이자 사명이다. 그것을 완수할 때 까지 나는 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할 권리가 없을 지도 모른다. 휴식이란 단지 몸의 운동을 멈추는 것일 뿐이며 법제(法製)의 도(道)에 이루기전까지 심적(心的) 여유와 분심(分心)은 한낱 사치일 것이다.
차에는 아홉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하필이면 첫 번째가 만들기(造)일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리라. 차의 삼보(三寶)인 색, 향, 미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인체의 외부감각 기능에 즐거움을 주는 껍데기 만족일 수 있다. 건실하게 울궈나와 건강에 유익함이 더 좋은 것이다.

차의 법제는 어렵다.
차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에 뾰족한 창이 되어 나온다. 많은 시간을 차가움에 젖어 있던 이른 봄 먼저 채취한 차엽이 여리고 여린 잎파랑치지만 무서우리만치 강한 우주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우주의 기운이 하루 중에는 자시(子時: 밤 시~새벽 1시)에 시작되고, 일 년의 기운은 동지(冬至: 12월 22일)때부터 꿈틀거리고 일어나 서서히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우주의 기운을 따라 차나무는 동지 즈음하여 아(芽)가 생성되고 청명(淸明: 4월 5,6일 경) 무렵에 창(槍)의 모습으로 나타나 2~3주간 성장하면 채취한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우전(雨前)의 차엽은 우주의 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다.

차엽이 머금고 있는 우주의 기운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氣)의 견해와는 상반된 것이다.
힘차고 강한 것이 기가 강한 양(陽)으로 생각하지만 속(俗)된 것이며 음(陰)이다. 밝고 맑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어린 아이의 몸에 흐르는 기운이 양이며 차의 기운은 어린 아이 때의 기운과 통하고 성인의 몸을 정화시키는 조화의 기운인 것이다.

어제의 속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오늘의 몸이다. 그러므로 강한 우주의 기는 충격으로 작용하여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니 우전차일수록 독하니, 강하니 하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차엽이 머금고 있는 차가운 기운을 화(火)로 익혀버리고, 극진(極盡)의 에너지를 나타내도록 함이 법제(法製)의 묘리(妙理)이다.
차의 색, 향, 미는 밝은 얼굴이요. 차의 성분은 몸이며 차의 본성은 수행심(修行心)이다.

차도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미광상사(경남도 공예품 생산 지정업체)를 14년간 운영해오면서 전국, 경남공예대전에 차도구를 출품하여 여러 차례 입상 하는 등 나의 삶이 있는 쌍계사 앞 용강 마을은 이른 봄이면 마을 전체가 차 덖는 향으로 넘쳐나는 차의 고향이다. 어머니의 차 만드는 일을 거들면서 차에 관심을 가졌고, 인하여 차도구의 생산에 뛰어 들었다.

자연스레 올해의 차맛은 어떻고, 뉘집 차맛은 더 좋으며 누구의 찻독은 일찍 떨어졌다는 등의 이어지는 말을 들었고, 차도구를 전국 각지에 판매하면서 차시장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었다.
“ 왜 차 안 만들어, 차도 만들지.” 라는 권유도 심심찮게 받았었다. 그러다 “좋은 차를 만들어 보자” 는 생각이 일어났고, 차의 법제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의 차시장은 일대 전기를 맞았으니. 이른바 2004년 농업개방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각국의 다양하고 고급스런 수많은 차들이 이 땅에 들어올 것은 뻔한 이치다.
 

  풍성해지는데 이바지 하고 싶다. 더불어 우리 차인들이 안심하고 차를 즐길 수 있도록 해 드리고 싶다. dojang.gif